게르드 브란튼베르그 - 이갈리아의 딸들
이갈리아의 딸들은 읽어야지 하고 벼루고 있던 책이었는데 마침 이북으로 나와줘서 냉큼 질러버렸다.
그리고 방치된지 일주일정도가 지난 지금에서야 다 읽었다.
최근 소설을 읽다보면 인물에게 이입을 많이 해버리는데, 이번에도 어김없이 몰입해버렸다.
그놈의 페호! 그놈의 "하여간 맨움이란"!
대략 3일에 걸쳐 읽다보니 안읽는 시간동안에 읽었던 내용을 곱씹을 때가 있었다.
그러면서 생각나는건, 현대사회는 어떠한가-였다.
당장 나만 해도 가부장제의 잔재속에서 살아가는 딸 중 하나이다.
여자라서 포기해야 될 것들이 생겨버리고, 여자라서 억압되어야 할 것들이 생겨버린다.
이 책이 1976년?(종이책 발행일에는 이렇게 적혀있었다)에 나왔다는게 놀라울 정도이다.
책의 작가가 미래를 예지한것일까 아니면 그동안 성평등이 발전하지 못한 것일까.
성평등이란 단어가 다양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단순히 생각하면 유리천장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좀 더 생각해보면 동성애까지도 아우르는것이 아닐까 싶다.
사실 페미니즘이라던가 성평등이라던가 공부를 한 게 아니라 무지한 면이 많다.
그저 내가 아는거라곤 무언가가 이상하다는 것 정도?
"보고하지 말자, 페트로니우스. 모두 잊자. 그게 더 나아. 왜냐하면, 더럽혀진 맨움을 누가 원하겠니? 이번에는 그냥 내버려두겠어. 그렇지만 이것 하나만은 분명해. 이제 더 이상 해 진 다음에 바닷가에 가선 안 돼!"
페트로니우스가 성폭행을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어머니인 브램이 하는 말이다. 왜 피해자의 잘못인가? 그리고 왜 피해자가 조심해야하고 숨겨야 하는 것인가.
남자, 여자를 떠나서 성폭행을 당한 이들은 감싸주어야 하고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것이 우선 아닌가?
그것도 생각난다. 여성 피해자한테 한다는 소리가 '여자가 밤에 돌아다니면 어쩌나 나 잡아먹어라 하는것인가?', '그렇게 야한 차림으로 돌아다니니 당해도 싸다.' 이런 뉘앙스가 다분하다.
왜 가해자를 옹호하려 하는가.
성욕이 어쩔 수 없는 본능이라고? 이성은 어디다가 팔아먹고 본능 타령인건가. 하물여 개도 관계맺기를 거부하는 암컷에게 함부로 하지 않는다는 얘기가 있거늘. 그냥 제 가운데를 휘두르기 좋아하는 짐승 이하의 생물체가 아닌가.
만화나 소설, 애니, 기타 동영상 등으로 소비되는 섹스판타지를 현실에 과도하게 이입시키는 것은 정말 아니다. 판타지는 판타지일 뿐. 혹은 합의된 상황에서만 진행하던가.
이갈리아의 딸들에서처럼 여자가 남자를 성폭행했다. 그 때에는 남자가 거부했음에도 진행한 여자의 잘못이다.
남혐 여혐의 문제가 아니라 범죄는 범죄인것이다.
"-나는 당신과 아이들을 위해 일하느라 하루를 다 보낸다구. 그러면 당신은 우리를 위해 집을 잘 관리하기만 하면 되잖아. 그런데 당신은 애를 하나 더 갖는다고 불평하다니. 내 사랑, 크리스토퍼. 내가 아이를 낳으면 당신이 그 애를 받는 것은 자연의 법칙이야. 결국 아이를 임신시키는 사람은 맨움이라구."
나한테는 조카들이 있다. 한 언니는 전업주부고, 다른 언니는 육아휴직을 쓴 상태다. 근데 이 언니들을 보면 아이들을 돌보느라 제 시간 갖기가 어렵다.
내가 형부에 대한 얘기를 들은 것 중 하나는 "교육은 당신 몫이다."라는 것이었다. 육아는 공동으로 하는 것이고 교육도 공동으로 진행해야 하는거 아닙니까.
그리고 하루종일 집에 있는데 왜 자신의 시간이 없는가 하면, 아이들은 눈을 뗄수가 없다. 잠깐 젖병 씻으려고 아이에게서 눈을 돌렸더니 아이가 혼자 침대에 올라갔다 떨어진다던가, 개놓은 빨래를 넣으려고 잠깐 자리를 비웠더니 아이가 어딘가에 부딪쳤다던가. 다양하다. 심지어 아이가 분리불안 증세까지 가지고 있다면 더욱 더 눈을 뗄 수 없다.
5분 대기조마냥 눈에 불을 켜고 있어야 하는데 자신의 시간이라. 그게 마음대로 되는 것일까.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 하는데?
자신의 시간이라 하면 그래도 긴장을 풀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이와는 별개지만, 여성들이 피임약을 먹는것에 대해 생각이 난다.
왜 편한 콘돔을 놔두고 일일이 맞춰서 약을 먹어야 하는건가. 귀찮게시리.
관계 한번 맺을때 콘돔 한번 끼는 것과 관계 한번 맺을때 몇일간 피임약 복용하는 것 중 어느게 덜 귀찮을까.
뭐, 성적 취향이 있긴 하겠다만.
개중에서 이해 안가는 건 콘돔을 끼면 뭐라더라.. 감도가 덜하다 했던가, 성욕이 감퇴된다고 했던가 뭐라고 했는지 정확하게 기억은 안나지만 대충 저런 뉘앙스였던거 같은데 만일 저런 문제라면 콘돔 문제가 아니라 본인의 기능에 대해 문제가 있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 나는 당신이 좋아하든 말든 엔지니어링 과정을 시작하겠어요, 알겠어요!"
크리스토퍼가 오랜기간 접어두었던 꿈에 한발짝 나아가는 구절이다. 왜 접었는가? 육아때문에.
내 언니도 짧은 시간 일할수 있는 직장이라도 잡고싶었는데 형부가 막았다.
왜인지는 뭐.. 1. 자존심 2. 일하는 시간동안의 공백-그시간의 아이들은 누가 돌보는가 정도가 유력하다.
다른 언니는 육아휴직이 끝난 이후에는 어린이집에 맡긴다고는 하는데, 언니 직장 특성상 야근이 잦은걸로 기억하는데 괜찮을런지 모르겠다.
여기까지 쓰고보니 생각이 안난다. 왜일까.
이 외에 레즈비언과 게이에 대한 언급도 있었는데, 이것도 요즘이랑 별다를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인지하고 소비하는지에 대한 것이었는데, 그중 하나가 게이는 더럽다-고 레즈는 백합?-이라는 식.
남자끼리면 어때서, 여자끼리면 어때서. 서로 사랑하면 다인거지.
누군가가 게이거나 레즈라고 하면 그들이 나에게 무슨 피해를 주는가? 그들도 눈이 있고 취향이 있다. 그리고 무슨 바이러스 전파하듯이 취급하는게 무슨 경우인가.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평범하게 만나고, 연애하는게 어때서. 그놈의 오지랖.
또 뭔가 쓸려 했는데 까먹었다. 방금전까지 써야지 했던게 있었는데.
아무튼 이갈리아의 딸들은 많은 생각을 가지게 만드는 책이다.
성평등이 올려면 지구가 한번 멸망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종종 들지만 그래도 희망을 가져봐야겠다.
남혐이고 여혐이고 최근 성적 이슈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이들에게 좋은 책이 될거라 생각한다.